독후감필독선 ㉔ 《변신》 – 벌레가 된 그레고르, 인간을 비추는 거울

📚독서감상문 기록 –《변신》

📌 도서명: 변신
✍️ 저자: 프란츠 카프카 (번역: 곽복록)
🏢 출판사: 신원문화사

📖 줄거리 요약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사회적 소외를 날카롭게 묘사한 현대 문학의 대표작이다. 평범한 외판원이었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이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이 현실을 부정하며 출근을 걱정하고 가족을 염려하지만, 곧 사회와 가정 모두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점차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향한 가족의 태도는 처음엔 동정심을 가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혐오와 부담감으로 변해간다. 그레고르는 그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존재였고,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가족은 차갑게 그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특히 여동생 그레타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처음에는 그레고르를 돌보던 그녀가 점차 무관심과 분노로 태도를 바꾸고, 결국 가족 모두가 그레고르의 죽음을 안도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은 인간의 존엄성, 가족이라는 제도의 한계, 자아와 타자의 경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그레고르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쓸모’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가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버려지는지를 목격하게 되며,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묻는 작가의 질문 앞에 서게 된다.

💭 느낀 점

《변신》은 단순한 환상 문학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변화는, 결국 사회와 인간관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그는 벌레가 되었지만, 오히려 인간보다 더 따뜻하고 헌신적인 존재였다. 반면 인간의 얼굴을 한 가족은 점차 그의 존재를 외면하고 제거하고자 했다.

이 아이러니는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한때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줬던 그레고르가, 쓸모없어진 순간 버려지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도 무의식 중에 타인을 조건적으로 대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느꼈다. 요즘 세대에서 불안, 우울, 공황 같은 정신적 질환이 더 자주 드러나는 건, 단순히 취약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개인을 섬세하게 돌보지 않는 구조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은 아닐까. 예전에도 이런 고통이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그땐 숨기고 살아야 했기에 더 조용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더 많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 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도 위로보다는 냉대를 먼저 보일 때가 있다. 타인에게는 상처가 될 만한 말도 가족에게 들으면 더 깊고 오래 남는다. 그런 점에서 《변신》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너무도 날카롭게 비추는 작품이었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기대했던 무조건적인 수용이 실제로는 얼마나 조건적인 것인지 깨닫는 순간, 그 충격은 더 크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가족에게서조차 외면당한 것처럼, 오늘날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비슷한 고립을 경험한다. 문제는, 그런 상처가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서 왔을 때의 깊이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누가 나를 끝까지 인간으로 봐줄 수 있는가이다.

《변신》은 사회적 유용성만으로 인간의 가치를 재단하는 현실에 통렬한 일침을 놓는다.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는 삶,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움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덮으며, 가족과 사회, 그리고 나 자신의 관계 속에서 잊고 있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