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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필독선 《삼대》
독후감필독선 《삼대》

📚 독서감상문 기록장 – 《삼대》

📌 도서명: 삼대
✍️ 저자: 염상섭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줄거리 요약

《삼대》는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3대에 걸친 갈등과 변화, 그리고 가치관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염상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장편소설이다. 조선 전통 유교사상을 고수하는 조부 조의관, 근대적 가치를 받아들이려는 아버지 조상훈, 그리고 현대적 감수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손자 조덕기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가족 내 불화를 넘어, 시대 전환기의 조선이 겪는 정체성과 가치관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각 인물의 가치관 차이, 계층적 긴장, 정치적 현실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당시 지식인 계층의 고민과 시대적 혼란을 드러낸다. 특히 조덕기가 겪는 내적 갈등과 연애, 그리고 가족 간의 의무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고뇌로 다가온다. 《삼대》는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전통과 현실,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조선 지식인의 초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갈등은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가 식민지 지배와 근대화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 위기를 은유하고 있다. 세대마다 다른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그 신념들이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좌절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 사회 전체의 축소판처럼 작용한다는 점은, 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다. 《삼대》는 단순한 시대 배경을 넘어서, 인간 본연의 고민과 성장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읽힌다.

💭 느낀 점

《삼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대의 변화를 한 가족의 세 인물을 통해 절묘하게 투영해 냈다는 점이었다. 특히 조덕기의 입장을 통해 보이는 ‘낀 세대’의 고뇌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할아버지, 그 전통을 넘어서려다 실패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손자의 모습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닌, 한 사회의 단면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조덕기의 내면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그의 결심은 반복적으로 좌절되지만, 결국 그는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 나서려 한다. 이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전통과 근대, 개인의 선택과 가족의 책임 사이에서 우리가 겪는 고민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조덕기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족과 충돌하는 장면은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 역시 부모님의 기대와 내 삶 사이에서 방황했던 적이 있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내 삶을 억누른다면 우리는 과감히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삼대》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고전이라기보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자기 성찰의 거울처럼 느껴졌다.

문득, 이제 고3이 된 딸아이가 중3 때 자기는 특성화고를 가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빨리 취직하고 싶다는,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을 좀 더 산 나로서는, 물론 잘 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차별과 무시를 감내해야 하기에 어떻게든 인문계에 속해 있으라고 권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딸의 선택을 존중해 마음을 내려놓았다. 딸의 인생은 딸이 살아야 하고, 본인이 부딪혀 봐야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이끄는 대로만 갔다면, 실패했을 때 쉽게 남 탓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잘하는 존재로. 그래서 딸의 인생에서만큼은 부모 탓을 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요즘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는 딸은 서울로 갔다, 대전으로 갔다, 부산으로 갔다. 홍길동이 아닌 지길동이다. 공사와 공단이 시험을 치는 지역이 다르기에 이곳저곳을 오간다. 특성화고가 아닌 여상을 선택한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선택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도 혼자 잘 해내던 아이였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뿌듯하고 기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정, 사회, 전통, 사랑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놓치고 헤매는 순간을 겪는다. 조덕기의 모습은 마치 거울처럼 그런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그는 타인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생각에 따라 길을 선택하려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성장통’이다.

《삼대》를 다 읽고 난 후, 나도 모르게 내 삶에서 ‘세대 간의 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부모님의 말씀이 그저 구식이라 여긴 적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무책임처럼 비쳤던 경험도 있었다. 그 모든 충돌은 결국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삼대》는 그런 ‘다름의 인정’이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가장 성숙한 태도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고전이라고 느꼈다.

 

삼대 책 표지 이미지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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