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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감상문 기록장 – 《금오신화》
📌 도서명: 금오신화
✍️ 저자: 김시습 · 성낙수 번역
🏢 출판사: 신원문화사
📖 줄거리 요약
《금오신화》는 조선 전기 문인이자 승려였던 김시습이 지은 한문소설집으로, 한국 최초의 한문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15세기 조선의 사회와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반영하면서도, 꿈과 현실, 인간과 귀신,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 세계를 그린다. 전체 다섯 편의 단편—「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는 각기 다른 배경과 인물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불합리와 인간 감정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만복사저포기」에서는 승려가 저포놀이로 인연을 맺은 여인과의 사랑을 다루며, 욕망과 환상의 경계를 질문한다. 「이생규장전」은 죽은 여인과의 재회라는 기이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사랑과 집착, 무상함을 드러내며 후대 판소리나 설화에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취유부벽정기」에서는 술 취한 채 벽계수의 정자를 지나며 만난 귀신과의 대화가 현실과 비현실의 혼재를 보여준다. 「남염부주지」는 환상의 세계를 여행한 뒤 현실로 돌아오는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주고, 「용궁부연록」은 용궁이라는 신비로운 세계에서의 체험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성찰하게 한다. 각 작품은 단편적이지만 깊은 철학과 상징을 담고 있어 당시의 정치적 억압과 유교 사회의 억제된 감정, 인간 내면의 갈등과 욕망을 우화적으로 풀어낸다. 김시습은 생전에 세조의 즉위에 환멸을 느끼고 승려가 되어 방랑했으며, 이러한 그의 삶의 고뇌와 유랑이 작품 전반에 스며 있다. 《금오신화》는 단순한 옛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당대 지식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든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 느낀 점
《금오신화》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작품이 '고전'이라는 틀에 갇히기엔 너무나도 감각적이고 현대적이라는 점이었다. 인간의 욕망, 이별, 죽음, 환상, 그리고 후회—이 모든 테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특히 「이생규장전」과 「만복사저포기」는 죽은 자와의 사랑, 꿈같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인간은 왜 애써 잊으려 하면서도 그 기억 속에서 계속 맴도는 걸까. 나는 그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김시습이 글을 통해 보여준 인물들은 현실을 완전히 떠나지 않지만, 그 안에서 탈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고통의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내면의 환상’이기도 하다. 나 또한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때론 기억 속 누군가가 꿈에 나와 말을 걸고, 깨고 나면 허무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그럴 때면, 어쩌면 나도 ‘이생규장전’ 속 이생처럼 허망한 사랑을 꿈꾸는 존재는 아닐까 싶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금오신화 속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라 느껴졌다.
「남염부주지」처럼 한 번쯤은 모든 걸 떠나 어디론가 가고 싶고,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하고 묘하게 편안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시와도 같은 문장으로 흘러나오기에,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다시 읽고 싶은 고전이었다. 《금오신화》는 고전이지만, 그 어떤 현대 소설보다도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그 꿈은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이 두 질문 앞에서, 나는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답답한 현실 속에 처하게 되면 탈출구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데, 좀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그럴 때는 왠지 한 줄기 동아줄이라도 하늘에서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진다. 그 동아줄을 붙잡고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 지니까. 하지만 안다. 그것이 궁극적인 탈출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변하지 않고 주위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그 굴레 속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는 안다. 주위가 변하지 않더라도 나라도 변한다면, 다시는 그 굴레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어렴풋이 알게 해준 건 바로 나의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삶은 참 어렵다. 그래서 헛된 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또 한 번 꿈을 꿔본다.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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