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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추천도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 수행평가 완벽대비

📘 책 소개

📖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자 | 창비 | 2022년 9월 출간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전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 3일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70여 년의 현대사를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 줄거리 요약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한 가족의 슬픔 속에서 한국 현대사의 깊은 흔적을 유쾌하면서도 가슴 저미는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전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 사흘을 배경으로, 그를 기억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과 목소리가 얽히고설키며 70여 년에 걸친 현대사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특히 딸인 '나'가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을 선사합니다. 남도 특유의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입말은 유쾌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자아내며,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대화는 삶의 진한 냄새와 더불어 따뜻한 시대의 온기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노동절 새벽,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나'는 평생 아버지를 정치적 신념에만 갇혀 가족의 현실에는 무관심했던 고지식한 사람으로만 여겨왔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아버지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속속 모여드는 아버지의 지인들과 친척들, 그리고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아버지가 단순히 이념에만 몰두한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굽이치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을 겪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따뜻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음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하나씩 맞춰나가고,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복잡했던 감정의 매듭을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장례식장에 모인 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풀어냅니다. 평생을 아버지와 반목하며 살아왔지만, 내심 그를 이해하고 있었던 작은아버지의 이야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오랜 친구 박선생이 전하는 과거의 회상, 심지어 담배 친구였던 열일곱 어린 소녀의 순수한 시선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나'에게 아버지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이들의 기억 조각들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아버지의 삶을 온전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는 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복잡하고도 인간적인 면모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정치적인 신념을 넘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어낸 보통 사람이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아버지의 삶뿐만 아니라,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고향과 그 땅을 묵묵히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시선 또한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소설은 유머와 서글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장례식이라는 엄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들과 인물들의 재치 있는 대화는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흔과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녹아 있어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단지 한 개인의 장례를 다룬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겪었던 해방의 기쁨과 좌절,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화해와 용서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드러나는 한 세대의 아픔과 극복의 과정은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처럼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며,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넬 것입니다.

💭 느낀 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가장 깊이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바로 '아버지'라는 인물을 통해 비춰지는 시대의 복잡한 면모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다층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빨치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 다소 낯선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마치 주인공 '나'가 그랬던 것처럼 저 또한 아버지라는 존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세상의 이념이 마치 흑백처럼 명확하게 나뉘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제게, 이 소설은 그 거대한 이념의 흐름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와 이해의 공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획일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정지아 작가가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직접 체득하고 능숙하게 구사한 남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입말과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유쾌한 장면 전개는, 자칫 무겁고 진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적 주제를 전혀 지루함 없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깊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한 인물들의 대화와 사건들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유쾌한 장면들 속에서 불쑥불쑥 던져지는 삶의 본질적인 진실들은 때로는 소리 내어 웃게 만들었고, 때로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교차는 소설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아따, 그 귀한 것을 홀랑 다 먹어부렀네." (아이고, 그 귀한 것을 몽땅 다 먹어버렸네.)

🐻 "아따, 이 양반이 시방 뭔 소리를 하는 거여." (아이고, 이 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어제 그 거시기 있잖여, 그거 어떻게 됐어?" (어제 그 일 말이야, 그거 어떻게 됐어?)

전라도 사람으로써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에 혼자 미소를 띠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때로는 소홀히 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평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이, 그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에야 딸의 마음속에 온전히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역시 나와 가까운 소중한 누군가를 너무 늦게 이해하거나 사랑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한 시대를 기록한 역사소설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시에 가족 간의 깊은 갈등과 오해를 넘어선 화해와 이해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가족소설이며, 궁극적으로는 상실과 아픔 속에서 사랑을 회복하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통찰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아우른 문학적 성취였습니다.

💬 인상 깊은 문장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이 짧은 말에는 누군가의 행동을 단정하지 않고, 사연과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그랬을까”라고.

아버지의 해방일지 표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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