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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감상문 기록장 – 《주홍글씨》
📌 도서명: 주홍글씨
✍️ 저자: 너새니얼 호손 (글), 휴 톰슨 (그림), 이종인 (번역)
🏢 출판사: 현대지성 (2025년 3월)
📖 줄거리 요약
《주홍글씨》는 17세기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간통이라는 죄를 지은 여인 ‘헤스터 프린’의 이야기다. 헤스터는 결혼한 몸으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A’자—간통(Adultery)을 상징하는 주홍색 글자를 가슴에 달고 살아간다. 그녀는 법정에서도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끝내 밝히지 않고, 딸 펄과 함께 사회의 냉대 속에 묵묵히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헤스터는 점차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변화해 간다. 그녀는 가난한 자를 돕고, 병든 이들을 돌보며, 자기 삶의 의미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반면 아이의 진짜 아버지인 목사 딤즈데일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죄책감 속에서 점점 병들어간다. 그는 겉으로는 청렴한 성직자로 추앙받지만, 내면은 죄의식과 고통으로 피폐해져 간다. 결국 그는 공개적인 회개를 통해 죽음을 맞이하고, 헤스터는 그의 곁을 지키며 진심 어린 사랑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한편 헤스터의 남편이었던 치빙워스는 복수를 위해 딤즈데일을 집요하게 쫓는다. 그는 자신의 분노와 집착 속에서 결국 인간성을 잃고, 딤즈데일이 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무너진다. 소설은 마지막에 헤스터가 다시 ‘A’를 가슴에 단 채 조용히 살아가다 죽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녀의 무덤은 딤즈데일과 함께하며, 같은 무덤이지만 거리를 두고 놓인 두 비석은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홍글씨》는 단순히 간통이라는 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죄의식, 사회의 도덕적 이중성, 그리고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회복해 나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느낀 점
《주홍글씨》를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무거웠다. 죄를 짓고 살아가는 이의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만들어낸 죄의 그림자 속에서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헤스터는 죄인으로 낙인찍혔지만, 정작 그녀는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살아갔다. 반면 죄를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병들어가고, 불행 속에 갇혀버렸다. 그 모습이 나에게 깊은 질문을 던졌다. 과연 죄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누구의 죄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가?
헤스터는 침묵 속에 많은 것을 품었다. 아이의 아버지를 끝까지 밝히지 않으면서도, 그를 원망하거나 사회를 향해 복수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감당하며, 딸 펄을 지켜내고자 했다. 그 고요한 단단함은 너무나 인상 깊었다. “진정한 고통은 침묵 속에 있다.”는 말처럼, 그녀는 말 대신 삶으로 그 모든 고통을 품었다.
한편 딤즈데일 목사는 죄책감에 무너졌다. 그는 설교단 위에서 신의 이름을 전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감추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존경을 받았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병들고 있었다. “진정한 벌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자라난다.”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를 처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보며, 진심을 숨기고 사는 삶이 얼마나 무너지는지를 실감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어릴 적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치빙워스를 처음엔 단순한 악인으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의 억울함이 먼저 떠올랐다. 사랑했든 아니든,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은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분노는 그가 인간적인 마음을 잃고 집착으로 무너지는 출발점이 되었고, 어쩌면 헤스터를 놓아줄 용기를 잃은 것도 그의 고통이었을지 모른다.
딤즈데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감추고 싶었던 것은 단지 죄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임신이라는 결과가 없었다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숨을 쉴 때마다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숨 쉬는 것이 숨 쉬는 것이 아니고, 남의 시선조차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긴 죄의 시간은 결국, 그에게 가장 무서운 벌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헤스터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변했다고 해서, 그녀가 저지른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그 죄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뿐이다. 그리고 그 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 펄이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했다. 어른들의 사랑, 죄, 복수 속에서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은 이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아이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저며왔다.
《주홍글씨》 속 ‘A’는 단지 간통의 낙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이었고, 용기였으며, 자유였다. 헤스터는 그 A를 꿰매며 자기 존재를 다시 정의했고, 딤즈데일은 그 A를 가슴 안쪽 깊은 곳에 새기며 스스로를 파괴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A를 바라보며, 죄보다 강한 것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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