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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필독선-《붉은 산》
독후감필독선-《붉은 산》

📚 독서감상문 기록장 – 《붉은 산》

📌 도서명: 붉은 산
✍️ 저자: 김동인
🏢 출판사: 책꽂이 (2017년 7월, e-book)

📖 줄거리 요약

《붉은 산》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죄책감과 도덕적 갈등을 강렬한 상징을 통해 묘사한 김동인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이다. 작품은 '나'가 어느 날 붉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살인을 회상하는 구조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기준'을 질투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 죄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산의 색깔처럼 그의 기억과 마음속에 짙게 남아 있다.

주인공은 기준이 보여주던 밝고 순수한 면모에 열등감을 느끼며, 그를 점차 미워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기준을 산 속으로 유인해 밀쳐 죽이고 만다. 그는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붉게 물든 산을 마주할 때마다 과거의 죄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품의 말미에서 '나'는 여전히 그 산을 오르며 과거를 떠올리고, 그 산의 붉은 기운은 마치 그의 죄를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듯하다. 독자는 주인공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죄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붉은 산》은 단순한 범죄 고백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감정과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으로, '죄의식'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강한 상징성과 함께 전달한다.

💭 느낀 점

《붉은 산》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압도적인 죄책감’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 살아가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다. 붉은 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의 죄와 맞닿은 내면의 투영이다. 산의 색이 붉다는 것은 피의 상징일 수도 있고, 뜨거운 양심의 불꽃일 수도 있다.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고통 그 자체였다.

작품을 읽으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인간은 죄를 잊을 수 있을까?’ 주인공은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서는 매일 그 산을 오르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모든 죄가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타인을 해쳤다면—더더욱.

김동인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주인공은 완벽히 악하지도, 완벽히 선하지도 않다. 질투, 열등감,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런 경계선 위에 선 인간의 모습을 찌르듯 보여주며, 나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예전에 배운 성선설과 성악설이 떠올랐다. 나는 한때 사람이 본디 착하지만 환경에 의해 악해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본래 이기적이고, 악한 감정을 품고 태어날 수 있으며, 그 감정을 조절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행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불편함을 핑계 삼아 조절을 포기한 존재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을 아이들의 양육 방식과도 연결해보았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는 목소리를 높이고 벌을 준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단 1%의 부모만이 아이의 상처를 먼저 어루만지고, 그다음에 이유를 묻고 조언한다. 어른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공감 없이 판단부터 내리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진정한 이해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의 조건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사람은 매일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고, 그런 환경에선 배려와 공감의 여유조차 사치일 수 있다. 반면 금수저로 태어난 이는 최소한의 안정감 속에서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죄와 악, 선택과 결과는 결국 이 조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인공의 죄는 기준 한 사람만을 죽인 것이 아니었다.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지켜보던 수많은 주변인들의 마음까지 무너뜨렸다. 죄는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파문처럼 퍼져, 관계와 기억, 공동체의 감정까지 뒤흔든다. 그래서 더 무겁고, 더 깊다.

이 이야기는 짧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우리는 숨긴다고 사라지는 감정은 없다. 언젠가 그 감정은 우리 안에서 말을 걸고, 우리를 바라보며, 결국 우리 삶의 산을 붉게 물들인다. 《붉은 산》은 그 경고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불을 지핀다.

 

붉은 산 책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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