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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감상문 기록장 – 《아버지와 아들》
📌 도서명: 아버지와 아들
✍️ 저자: 투르게네프
🏢 출판사: 예림당
📖 줄거리 요약
《아버지와 아들》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귀족 출신 대학생인 바자로프와 그의 친구 아르카디가 방학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바자로프는 당시 유행하던 허무주의를 철저히 따르는 인물로, 기존 사회 질서나 전통을 부정하고 이성 중심의 사고만을 중시한다. 반면 아르카디는 그런 바자로프에게 매료되어 있지만, 점차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찾아가게 된다. 두 사람은 각각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세대 간의 갈등, 이념의 충돌,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게 된다. 바자로프는 냉소적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오딘초바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인간적인 갈등과 사랑의 감정을 겪는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바자로프는 우연한 사고로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그의 부모와 친구들은 바자로프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였는지를 깨닫는다. 이 작품은 개인과 사회, 이성과 감정, 젊음과 노년 사이의 긴장과 변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함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단순히 사상 소설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고독과 사랑, 그리고 세대 간의 이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 느낀 점
《아버지와 아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소통의 단절’이었다. 바자로프와 그의 부모, 그리고 아르카디와 그의 가족 사이의 대화는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내면엔 서로 다른 시대의 가치관과 경험에서 오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바자로프는 사랑조차 철저하게 이성으로만 해석하려 들지만, 결국은 감정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이 장면은 아무리 냉철한 이성주의자라 해도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 즉 사랑과 외로움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단순히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라는 틀로만 읽기엔 너무나 섬세하다. 바자로프가 자신의 부모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죽음을 앞두고 부모를 떠올리는 장면은, 그가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 했던 존재였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는 이 장면에서, 바자로프가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무게를 느꼈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존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다루는 일은 때로 말보다 섬세한 눈빛과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이해와 공감은 언어의 너머에서 시작될 때가 있다. 부모와 자식, 친구 사이의 관계는 결국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는가’에 달려 있다. 바자로프의 비극은 그가 ‘이해받는 법’을 모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거부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감하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그 사람은 자주 웃는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말을 한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에요." 왜 그렇지.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또 힘든 상황에서도 헤쳐나가기 위해서 힘을 얻기 위한 어설픈 웃음이 공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저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와하면서 외면하는 이가 태반일 테니.
그래서 그런지 바자로프는 본인이 자초한 것이긴 하지만, 누군가가 공감해주지 못함도 여실하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멀어진 관계, 인정받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해 엇갈리는 순간들, 그것이 우리 삶의 일부이자 슬픈 현실임을 다시 느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그에게 공감이 닿았다면, 그의 외로움도 조금은 덜했을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오해받는 사람도 있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도 전부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자로프는 그런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세대 간의 충돌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건 결국 ‘공감’이다. 바자로프의 삶과 죽음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나와 내 주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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