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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굽은 팔-리뷰
이재명의 굽은 팔-리뷰

📗 책 리뷰 《이재명의 굽은 팔》

저자: 이재명, 서해성 저자(글)
출판사: 김영사
출간 연도: 2025년 5월 16일
장르: 자서전, 정치

🍀 줄거리 요약

이재명의 굽은 팔》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해성 작가가 함께 쓴 자서전으로, 유년기의 가난과 장애를 극복한 이재명의 삶과 철학,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대의 민낯을 기록한 책이다. 경북 안동의 화전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남의 한 공장에 들어가 소년공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그는 산업재해로 왼팔이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를 겪었고, 손목 관절이 뒤틀려 버린 신체적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굽은 팔’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을 상징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시 사회가 어린 노동자에게 얼마나 무관심했고, 안전조차 보장해주지 않았으며, 사고가 나도 치료비나 노동보상 없이 삶의 책임을 당사자에게만 전가하던 구조적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재명은 열네 살의 나이에 정식 고용조차 불가능했기에 타인의 이름으로 위장 취업을 해야 했고, 그 결과 산재 보상조차 받을 수 없었다. 이는 당시 수많은 미성년 노동자들이 겪은 현실이며, 법과 제도가 그들을 보호하기보다는 묵인하고 착취하는 데 가까웠음을 말해준다.

이 책은 바로 그 신체적 상처를 출발점으로, 어떻게 그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이 생존하고,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어 다시 구조를 바꾸는 사람이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의 굽은 팔은 단지 산업재해의 흔적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가진 계급의 단절, 교육 기회의 불균형,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 그리고 회복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이다. 그는 법학을 통해, 정치 활동을 통해,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분투했고, 그것이 곧 이 책의 핵심 서사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 시행한 다양한 복지정책도 함께 소개된다. 청년수당은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 최소한의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였고, 무상교복과 무상산후조리원은 출발점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공공 정책이었다. 특히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행정이 어떻게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대표적인 예로 제시된다. 그는 정치가 특정 집단의 특권이 아닌, 국민 모두의 삶을 다루는 실천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철학은 결국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로 수렴된다.

《이재명의 굽은 팔》은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수사나 자찬을 지양하고, 오히려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불합리를 드러내는 데 더 집중한다. 서해성 작가는 그런 이재명의 이야기를 인터뷰어로서 이끌어내며, 독자와 인물 사이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다. 굽은 팔은 단지 고통의 흔적이 아니라, 그 팔로 세상을 움켜쥐고, 다시 펼치려는 한 인간의 고집과 신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신념이 어떻게 사람을, 제도를, 사회를 바꿔가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서사다.

💡 느낀 점

《이재명의 굽은 팔》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좌절과 차별, 신체적 장애라는 명백한 약점을 안고도 삶을 굽히지 않은 한 사람의 궤적을 통해, 이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인간을 평가하고 배제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재명이 경험한 고통은 단지 개인의 고난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구조적 현실의 축소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굽은 팔’이야말로 이재명의 정체성이자,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약자가 끝내 버티며 세상을 바꾸려 했던 상징이며, 동시에 그가 말하는 ‘정치는 삶을 바꾸는 것’이라는 신념의 씨앗이기도 했다.

특히 프레스 기계에 왼팔이 짓눌리고도 산재보상도 받지 못한 채 그 고통을 혼자 짊어진 열네 살 소년의 현실은, 내가 같은 나이라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내게 만약 그런 신체적 장애가 생겼다면, 삶을 원망하며 세상과 자신을 닫고 살지 않았을까. 나였다면 오랜 시간 위축되고 세상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재명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는 그 굽은 팔로 법전을 들고,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의 손을 잡았다. 그런 선택이 얼마나 용기 있고 단단한 결정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단순한 감탄을 넘어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거나 치유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처를 드러내고, 그 상처에서 정치적 윤리를 끌어올렸다. 정치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이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의 삶에 실제 영향을 미쳤다. 그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 시행한 청년수당, 무상교복, 재난기본소득 등의 제도들은 ‘그 시절 나처럼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손 내밈이었다.

또한 서해성 작가의 섬세한 문체 덕분에 이재명의 말과 감정이 더 진솔하게 다가왔다. 정치인이 아닌 인간 이재명의 말들이 구체적인 온도와 감정으로 전달되었고, 그의 정치가 누구를 향해 있었는지를 더 선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굽은 팔은 약함이 아닌 의지의 상징이었고, 나는 그 의지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가’를 배웠다.

💬 인상 깊은 문장

“그렇게 내 팔은 손목 관절과 함께 개판으로 굽어버리고 말았다.”

신체적 고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회고적 문장

이 문장은 단순한 육체적 상처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소비되고, 다치고, 버려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굽은 팔은 그가 살아온 길이며, 그를 통해 굽은 세상을 펴고자 했던 의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굽은 팔 책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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