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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리뷰

📗 책 리뷰 《빛과 실》

저자: 한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간 연도: 2025년 4월
장르: 산문, 에세이

🍀 줄거리 요약

《빛과 실》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 발표한 강연문을 비롯해, 팬데믹 시기 북향의 방에서 써 내려간 시, 산문, 일기, 사진으로 엮은 12편의 기록이다. 작가는 '세계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질문 사이의 긴장 속에서, 자신이 글을 써온 이유와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탐구한다.

이 책은 단지 기록이 아니다. 한강은 햇빛이 닿지 않는 정원에서도 뿌리내리는 식물들을 보며, 자신의 글이 어둠 속에서도 생명 쪽으로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북향 방'과 '정원'이라는 공간은 작가의 내면 풍경이자 치유의 장소다. 고통의 기억과 생명의 감각, 인간 존재의 체온을 한 문장 한 문장에 새기며, 작가는 끝끝내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는다.

작품은 연대기적 흐름보다 감각적 흐름을 따른다. 유년의 기억, 팬데믹 속 정원, 침묵과 통증, 그리고 사랑의 온도.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장이 사진과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 방에 함께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빛과 실》은 한 편의 에세이를 넘어,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작가의 내면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 느낀 점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고요한 울림'이었다. 문장은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읽는 내내 어떤 긴장과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글은 절제되어 있지만 감정은 응축되어 있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정원’과 ‘방’이라는 공간이 지닌 상징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강은 언제나 폭력과 상처의 중심에서 인간의 존엄을 응시해 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는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그 취약함에서 피어나는 연민과 사랑, 체온과 감각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시적인 산문’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특히 깊이 공감한 문장은 “마침내 우리 곁에 당도한 봄, 번져가는 연둣빛 생명의 경이”라는 구절이다. 삶은 돌고 도는 계절과도 같아서, 봄이 오면 다시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이 지나면 언젠가 또 봄이 오듯이—희로애락 또한 그렇게 반복된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다시 따뜻한 계절이 온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코로나 시절,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모두 의기소침했고, 무기력했으며, 어떤 것도 시작하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지나온 지금, 마스크 없이 햇살을 맞이하는 지금, 어느새 ‘그 봄을 맞이했구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북향의 방, 빛이 닿지 않던 정원, 그곳에서 연둣빛이 피어나고 생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곧 “이 힘듦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그 구절은 단지 자연의 경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감정의 회복 가능성을 전해주는 따뜻한 긍정의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긍정을 믿고 싶다. 그것은 멀고도 가까운 희망의 빛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 인상 깊은 문장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

생명을 향한 한강의 고백이 담긴 한 문장의 울림

이 문장은 작가의 글쓰기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밀어낸 힘이 ‘글쓰기’였고, 그 방향이 ‘생명’이었다는 단순한 진실. 문학이란 결국 사람을 향한 것이고, 그 끝에 남는 것은 따뜻한 체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한강 빛과 실 책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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