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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리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리뷰

📗 책 리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자: 한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간 연도: 2013년 11월
장르: 산문, 에세이

🍀 줄거리 요약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한강 작가가 고요하고 내밀한 감정의 진동을 시적으로 담아낸 산문시집이다. 시집은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같은 연작을 통해 삶과 죽음, 어둠과 빛, 고통과 회복 사이를 오가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한다.

이 책은 명징한 언어로 어둠 속 존재의 흔들림을 끌어내며, 피 흘리는 언어로 침묵과 부서짐을 건너 빛나는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시편들은 마치 삶의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어느 순간 독자의 마음속에서 하나로 모인다. 늦은 저녁의 적막,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시인은 정면을 응시하며, 생의 고통과 마주하고, 그것을 껴안는다. 결국 이 시집은 고통과 절망을 끌어안은 채 삶을 회복해 내는 한 인간의 진실된 기록이자, 그 고요한 떨림을 독자에게 전하는 투명한 목소리다.

💡 느낀 점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저녁 식사를 서랍에 숨겨두었다는 뜻인가 하고 무심코 넘겨버렸다. 하지만 다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이 책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저녁'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있어 저녁은 하루의 끝이자 쉼표 같은 시간이다. 이 책에서 '저녁'은 단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을 준비하기 위한 조용한 휴식처럼 느껴졌다. 그 쉼과 고요가 서랍 속에 들어 있다면, 우리는 필요할 때 그것을 조용히 꺼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의 언어는 여전히 고요하고도 단단하다. 시집 속 문장들은 아프고 무너진 감정의 조각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다시 빛 아래 놓는 듯하다. 말보다 침묵, 빛보다 어둠, 치유보다 고통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지나 결국에는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회복의 자리에 도달한다.

읽는 동안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상실과 두려움, 외면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그 감정들을 혼자 견디게 하지 않았다. 서랍 속 저녁처럼, 꺼내어 나를 감싸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기에.

💬 인상 깊은 문장

“서랍을 열어보면 저녁이 들어 있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 일상의 틈 사이에 숨겨진 감정의 온도

이 문장은 한강이 포착한 세계의 감각을 집약한 표현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 존재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풍경. 그녀는 ‘저녁’을 시간의 감정으로 번역해, 독자로 하여금 그 여운을 오래도록 머금게 한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책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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