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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 책 소개
제목: 단 한 번의 삶
저자: 김영하
출판연도: 2025년 4월
출판사: 복복서가
📖 줄거리 요약
《단 한 번의 삶》은 김영하 작가가 직접 경험한 가족사와 인생의 단면들을 차분히 돌아보며 써 내려간 자전적 산문집이다. 이 책은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를 통해 연재된 글을 대폭 수정하고 보완하여, 한 편 한 편 진솔하게 묶어낸 열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처럼, ‘단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고찰이 담겨 있으며, 작가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초고 제목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라는 화두로 접근한다.
책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작가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아버지에게 가졌던 기대와 실망, 과거 유년기의 상처와 관계, 성인이 되어 선택했던 삶의 방향까지, 김영하는 본인의 고백을 통해 독자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언을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각자의 기억과 질문을 떠올릴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삶을 해석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낸 기록을 남김으로써,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 인상 깊은 문장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삶에 대해 섣불리 단언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오히려 이 책의 메시지를 더 깊게 만든다.
📝 새빛맘의 끄적임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도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는 통찰이었다. 삶이란 결코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며, 완벽한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은 이 단 한 번의 삶 속에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선택을 하며 나아갈 뿐이다. 작가의 체험이지만, 나의 감정과 기억이 얽히면서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내 삶의 거울이 되어주었다.
문득, 엄마와 보낸 마지막 시간들이 떠올랐다. 급성 골수암 판정을 받고, 골수 이식까지 받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시던 엄마. 요양원에 계신 동안에도 여건은 쉽지 않았고, 엄마가 누릴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책을 나가는 일조차 벅찼기에, 결국 침대 옆 좁은 통로를 오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 시절, 우리는 긴 간병 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고, 요양원에서는 아빠가 병간호를 맡았다. 엄마에게 아빠는 오래도록 ‘만만한 존재’였다. 자녀들처럼 민첩하지도, 기민하지도 않았기에 더 마음을 터놓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아빠의 곁에 있음은 엄마에게 가장 큰 위로였으리라. 그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끼며 자식들 키웠다. 이제야 바다도 보고 단풍도 보며 살려했는데 병이 왔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말하셨다. "너무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서 먹으면서 살아라"라고.
항생제 부작용으로 치매 증상을 보이실 때, 나는 30대 중반의 ‘영순’이라는 아줌마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함께 걸었다. “딸은 없어요. 아들만 있어요.”라는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눈시울이 시큰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어디서 온 걸까?’ 내 엄마는, 그 순간만큼은 나를 낳은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날,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그 시간조차도 지금에 와서는 참 고맙게 느껴진다.
의사도 간호사도 몰랐던 약의 부작용을, 같은 고통을 겪었던 보호자의 말 덕분에 알 수 있었고,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다. 회복은 찾아왔지만, 그 일주일은 긴장과 걱정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쉽게 말한다. 하지만 조언보다는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한 마디가 훨씬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설픈 위로는 때때로 두 번째 상처가 되기도 하니까.
엄마는 어느덧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나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인다. “내 엄마여서 고마웠어요. 감사했어요. 그때 더 잘해드리지 못해 미안했어요.”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삶의 단계를 살아가며, 나만의 ‘단 한 번의 삶’을 오늘도 조용히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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