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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 책 소개
제목: 첫 여름, 완주
저자: 김금희
출판연도: 2025년 5월
출판사: 무제(MUZE)
📖 줄거리 요약
《첫 여름, 완주》는 선배 고수미가 남긴 빚을 떠안고 고향 완주를 찾아간 성우 손열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무작정 도착한 마을에서 열매는 수미 어머니가 운영하는 합동 장의사 겸 매점에 머물게 되며, 뜻밖의 여정을 시작한다.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 성우 활동이 어려워진 상태인 열매는 이 작은 마을에서 어쩔 수 없이 멈춰 선다. 하지만 매장을 지키는 일상 속에서 동네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 그녀의 내면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개성 넘치는 이웃들이 열매의 주변을 채운다.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수수께끼의 청년 어저귀 강동경, 춤은 좋아하지만 슬픔을 싫어하는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등. 이들은 각자 아픔을 지녔지만 삶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런 태도는 열매에게 조용한 감동을 준다. 열매는 이들과 함께 여름 한 철을 보내며 자신이 지닌 상처와 두려움을 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은 박정민 배우가 제작한 오디오북 프로젝트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권으로, 시각장애인 독자를 위해 대사와 지문이 어우러진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그 형식적 실험을 넘어서, 이야기는 누구나 겪는 상실과 회복, 연결의 의미를 섬세하고 정감 있게 그려낸다. 여름의 공기처럼 가볍지만, 그 속에는 뿌리 깊은 온기와 치유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첫 여름, 완주》는 '살아 있는 것들이 서로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말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독자의 마음에 도달한다.
💬 인상 깊은 문장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이 문장은 책 전체의 정서를 꿰뚫는다.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이 서로의 삶에 조용히 스며들고, 결국 서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은 독자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 새빛맘의 끄적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감정은 ‘고요한 온기’였다. 표면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시골 마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장면들이 쌓여 간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도 따뜻하고 위로가 되었다. 특히 ‘살아 있는 것들이 서로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문장은,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사는 가장 근원적인 진심을 일깨워준다.
시골 마을. 그곳에서 태어나고 또 나이들어서도 찾아가는 1인에게는 책에서 전하는 시골 마을이 참 따뜻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시골은 70살이 접어든 사람이 젊은이인 것이다. 80살은 기본이요. 이곳저곳에서 죽었네.... 하는 소리가 들리는 시골 마을. 그래서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시골... 좋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소문을 만들어 내는 곳.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는 주위의 차가움을 느껴야 했다. 왜? 혹시나 아빠랑 말 섞으면 눈 맞았네... 어쩌네.. 하면서 소문이 돌까 봐. 엄마랑 지인이셨던 분들도 머뭇거리셨다. 아빠는 그걸 알면서도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그리고 아빠의 대처법은... "나 인기 많아".... "나 좋다고 소개해주라고 하는 사람들 줄 섰어"였다. 아빠의 근면성실은 엄마가 돌아가셨어도 이어졌기에. 내가 봐도 인기남에 해당한다. 그 나이에.... 혼자서 생활하시는데 이리 부지런하게 한눈 안 팔고 또 집 정리하시면서 사시는 분이 몇이나 있을까. 무튼 지금의 시골은 치유가 되고 치유를 주는~ 그런 곳이라 하기엔 조금은 멀어지는 거 같다.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울산.... 다 큰 도시에 해당하지만 각자의 특색이 강하듯. 시골도 이런 시골, 저런 시골 있겠지만 내가 어렸을 적 정에 넘치는 그런 시골은 차츰 사라져 가는 듯하다.
열매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 또한 내 안의 ‘슬픔’을 바라볼 용기를 조금은 갖게 된 것 같다. 고수미는 열매에게 돈을 빌리고 사라진 선배이지만,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열매가 목소리를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수미는 열매에게 상처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작가는 그런 수미를 통해, 우리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 풀리지 않은 관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쯤을 떠올리게 한다. 꼭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수미'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도 열매처럼 그 상처를 조용히 마주할 용기를 조금은 얻은 것 같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수미'와 함께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 '수미'에 대해 내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이전처럼 나를 옥죄던 감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수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존재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흔적으로 남아, 문득문득 떠오르더라도 그저 조용히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우리에게 말보다 깊은 위로를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 같다. 여름의 끝자락에 만난 이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도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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