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필독선 ㉗ 《태평천하》 – 비틀린 일상 속 풍자와 민낯

독후감필독선 《태평천하》

📚독서감상문 기록장 – 《태평천하》

📌 도서명: 태평천하
✍️ 저자: 채만식
🏢 출판사: 신원문화사

📖 줄거리 요약

《태평천하》는 일제 강점기 조선 사회의 무기력하고 안일한 양반 계층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몰락한 양반가 ‘봉상규’ 일가의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나라가 망한 현실 속에서도 시대의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여전히 ‘태평한’ 삶을 살고 있다. 주인공 봉상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조상 자랑과 체면치레에 매달리며, 아무런 생산적 행동 없이 안일한 태도로 현실을 무시한다.

그의 자녀들 역시 상황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이 시대 변화에 무감각하게 반응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집안은 점점 몰락해 가고, 그들은 점차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지만, 끝까지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작품은 이러한 양반가의 몰락을 통해, 비판적 시선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식의 부재와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한다.

💭 느낀 점

나는 《태평천하》를 읽으며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허상에만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채만식이 풍자적으로 묘사한 양반가 사람들은 분명 옛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태도와 모습은 지금의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영광만을 붙들고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변화와 진실 앞에서도 스스로를 속이며 안정을 찾는 모습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반복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봉상규의 말과 행동은 가끔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담긴 어리석음과 무지, 자기기만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풍자는 웃음을 가장한 날카로운 비판이고, 그 비판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된다. 나 역시 언제, 어떤 부분에서 ‘태평한’ 착각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을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일제 시대의 양반 계층만을 조롱한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든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였고, 안일함은 스스로의 몰락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태평천하》는 그 어떤 교훈적인 이야기보다 더 강한 울림을 주며, 나에게 ‘지금 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헬스센터에서 종종 본다. 과거에 바디프로필을 찍었든, 대회에 나갔든 화려했던 시절만을 붙들고 사는 트레이너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지금은 관리되지 않은 몸으로 회원을 타박한다. “회원님, 밤늦게 야식 드시면 안되지요. 탄수화물은 안돼요. 야채 위주로 드세요. 과일도 조금만 드셔야해요. ” “회원님, 이런 운동도 해주셔야지요.” 그렇게 말하는 본인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요새 우연히 스친 TV 프로가 있기에) 만약 트레이너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본업이 바로 건강을 지도하는 일이라면 최소한의 자기 관리와 진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회원들은 누구를 보고 따라야 할까? 과거의 트레이너 사진이 아니라, 지금 현재 함께 땀 흘리는 그 모습을 보며 동기를 얻는 것이다.

반면,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트레이너도 있다. 멋진 외모나 바디를 무기 삼지 않고, 회원의 페이스에 맞춰 함께 뛰고, 런지를 하고, 산을 오르며 발맞춰주는 이들. 회원에게 건강한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무리하지 않게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트레이너가 있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을 추구하고 싶은가? 《태평천하》는 나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아 고민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