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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감상문 기록장 – 《금수회의록》
📌 도서명: 금수회의록
✍️ 저자: 안국선
🏢 출판사: 신원문화사 (2006년 03월)
📖 줄거리 요약
《금수회의록》은 1908년 안국선이 발표한 풍자소설로, 일제강점기를 앞둔 대한제국 말기의 사회 현실을 통렬히 비판한 작품이다. 제목의 ‘금수’는 짐승이라는 뜻으로, 이 작품은 동물들이 회의를 통해 인간 사회를 비판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탐욕, 부패, 위선 등을 동물의 입을 통해 고발함으로써, 조선 말기의 무능한 정치와 썩은 사회 구조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장치다. 이야기는 동물들의 대토론회로 시작된다. 사자, 호랑이, 여우, 늑대, 까마귀,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이 나와 각자 인간 세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사자는 인간의 권력욕을, 여우는 기만과 꾀, 까마귀는 위선적인 종교인의 행태를 고발한다. 이처럼 동물들은 저마다 인간의 타락한 모습을 고발하며, 그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지 신랄하게 지적한다.
특히 정치가, 지식인, 언론인, 종교인 등 당시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 얼마나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지를 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틀어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작중에서 인간은 대사 없이 관찰 대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인간을 분석하고 논평할 뿐, 인간은 반박할 기회조차 없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 사회를 반성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결국 동물들은 회의를 통해 “인간은 금수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그들의 탐욕과 비도덕성이 동물 세계의 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금수회의록》은 형식적으로는 우화이지만, 내용은 깊은 사회 비판을 담고 있다. 조선 말기의 부패와 식민지로 향하는 흐름을 간파하고, 국민들에게 자각을 촉구한 이 작품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동물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역설적 시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이 과연 금수보다 나은 존재인가를 되묻게 한다.
💭 느낀 점
《금수회의록》을 읽으며 나는 뜨끔함을 느꼈다. 백 년 전 쓰인 소설인데, 지금 우리 사회를 그대로 묘사한 것처럼 생생하고 날카로웠다. 동물들의 입을 빌려 인간을 비판하는 구조는 단순한 우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동물들, 그들이 말하는 인간 사회는 욕망에 휘둘리고 양심을 저버린 채 살아가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까마귀가 종교인의 위선을 꼬집는 대목이었다. 종교는 인간에게 윤리와 희망을 줘야 하는데, 오히려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이 오늘날에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가 인간의 권력욕을, 여우가 기만을, 늑대가 착취를 말하는 장면은 비단 조선 후기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권력과 이익을 위해 약자를 이용하고, 언론이 진실보다 입장을 우선하며, 지식인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여전히 존재한다.
작중 인간은 한마디도 반론을 하지 않는다. 동물들이 회의를 하며 인간의 타락을 비판하는 동안, 인간은 침묵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나 자신도 한 명의 ‘말없는 인간’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때때로 잘못된 사회나 부조리에 대해 침묵하거나, 모른 척 지나친 적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인간이 모두 그런 존재뿐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배려심이 커서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사람, 본인의 삶이 고단함에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 자신의 일을 미뤄두고 타인을 먼저 챙기는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아직 무너지지 않은 게 아닐까. 탐욕과 위선만으로 구성된 사회라면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판을 짜고, 말 없는 이들은 피해를 입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마냥 당하고, 억울해도 말할 곳조차 없는 구조. 왜냐면 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손을 써놨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인간에 대해 작가는 ‘성찰의 기회마저 외면한다’고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다른 생각도 든다. 과연 그 위압감 속에서 말할 수 있었을까? 모두가 비난하는 자리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 과연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어쩌면 침묵은 무기력이 아니라, 단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말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 절망에서 비롯된 침묵. 그래서 더 슬픈 것이다. 금수들은 정말 반박을 듣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인간 안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금수회의록》은 풍자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와 개인의 위선을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백 년 전 동물들의 외침이 지금 나에게 울림이 되는 건, 우리가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삶에서 나는 ‘금수보다 못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나에게 반성의 거울이었다.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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