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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감상문 기록장 – 《삼국유사》
📌 도서명: 삼국유사
✍️ 저자: 일연
🏢 출판사: 민음사
📖 줄거리 요약
『삼국유사』는 고려시대의 고승 일연(一然, 1206~1289)이 집필한 역사서이자 설화집으로,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 발해, 후삼국까지의 이야기를 아우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연대기적 역사가 아니라,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구전설화, 불교적 기적담, 고승들의 전기, 사찰 창건 이야기, 왕과 민중의 인연 등을 포괄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와 세계관,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5권 2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별로는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 등 9가지 항목으로 나뉩니다. 그중 첫 번째 항목인 ‘기이’는 단군 신화와 같은 건국 설화들을 담고 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시조 및 초기 역사를 중심으로 민족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특히 단군신화는 현재까지도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로 전해지며,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흥법’과 ‘탑상’은 불교의 전래와 고승들의 활동, 탑과 불상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하며, 고려 불교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줍니다. 일연은 이 속에서 신라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번영했음을 강조하고, 당시 고려의 혼란 속에서도 불교를 통해 구원의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감통’, ‘피은’, ‘효선’ 등의 항목에서는 민중의 신앙심, 가족에 대한 효심, 숨어 사는 은자의 삶 등을 통해 인간적인 고뇌와 깨달음을 전합니다.
특히 이 책은 ‘삼국사기’와 비교되며 더욱 빛을 발합니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가 국가 중심, 유교적 관점에서 ‘사실 중심의 역사’를 서술했다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사람 중심’, ‘신화와 신앙 중심’의 역사관을 반영합니다. 즉 역사 속에서 배제되기 쉬운 여성, 민중, 승려, 이방인 등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또한 『삼국유사』는 단순히 옛이야기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일연 스스로가 역사적 위기의식을 느끼며 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작성한 기록입니다. 당시 고려는 몽골의 침입으로 정치·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고, 역사적 단절과 왜곡의 위기 속에서 일연은 민족의 뿌리를 기억하고자 이 책을 남긴 것입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단군신화, 연오랑과 세오녀, 문무왕의 수중릉 이야기, 선덕여왕과 예언자 비담, 혜공왕과 미륵신앙, 원효와 의상 대사의 불교 철학 등을 생생히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삼국유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나의 기억 장소이며, 민중의 정신과 삶의 흔적이 집약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느낀 점
『삼국유사』를 읽으며 나는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에도 값이 있다”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고대의 전설이지만, 그 안엔 사람들의 꿈과 슬픔, 짧은 순간의 선택들이 들어 있다. 단지 왕과 전쟁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효자 이야기나 고승의 기이한 행적을 다룬 부분에서는 ‘평범한 삶도 전설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가족과 일상 속에서 내가 하는 작은 행동에도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행동? 아마도 나의 1개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반복하는 버릇일까. 요즘 나는 계란치즈빵에 꽂혀 매일 먹고 있다. 이 습관은 아마도 두 달은 갈 거라 예상한다. 예전에는 팥이었다. 나는 원래 팥을 좋아했다. 팥빵, 팥죽, 붕어빵, 팥빙수까지. 하지만 나이 들면서는 따뜻하게 먹는 팥이 몸에 좋다고 하여 빙수는 자제하게 되었다.
특히 엄마 간병 시기, 팥은 나에게 일종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면역병동이라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고, 겨우 편의점이나 병원 1층 빵집이 전부였다.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세뇌했다. “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양반 팥죽, 병원 입구의 팥빵을 정말 자주 먹었다. 아마도 후일 우리 아이들은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엄마의 이런 집착적인 버릇을.^^
황룡사 9층탑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인간의 한계와 믿음의 경계 사이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느껴졌다. 높은 탑을 세우려는 집념과 소망은 무모하게 보이지만, 결국 누군가의 기도와 바람이 모여 큰 울림을 만든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어가는 과정은 험난하고 또 험난하다.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없다고 해서 그 모든 노력이 부질없는 건 아니다.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만, 행동한 사람은 결과와 관계없이 인내와 끈기, 그리고 소소한 기쁨을 얻는다.
이 번역본의 가장 큰 장점은 민중의 언어를 현대 독자가 마치 옆에서 듣는 듯한 생생함이 있다는 것. 물론 분량이 방대하고, 시대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각주와 해설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다음 질문을 떠올렸다. “역사란 누가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남기는 기록은 무엇일까? 어떤 이야기를 후대에 전하고 싶은가?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겪은 것을 기록하고 이야기한다.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고민해 본다면, 막상 닥쳤을 때 더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말한다. “이럴 땐 이렇게 하니 좋더라.” “그럴 땐 이렇게 하니 안 좋더라.” 듣는 사람은 적지만, 나는 계속해서 전할 것이다. 내 이야기를. 그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파서.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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